개발로그

개발자 하지 마세요

ddony8128 2026. 2. 15. 22:48

 요즘 취업 안 된다 안 된다 난리인데, 개발자가 특히 심하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IT 업계에서도 대규모 감원이 이어졌고, AI 투자 확대와 자동화 흐름이 그 배경으로 자주 언급된다.

 단순히 코드 몇 줄 작성하는 업무만 놓고 보면, 기업 입장에서 신입을 뽑아 훈련시키는 것보다 AI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개발자는 죽어가는 직업일까?

 나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AI로 프로덕트를 만들어 운영하려면 여전히 개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AI가 MVP 수준의 코드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코드를 유지보수하고 확장하며 실제 서비스로 굴리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인프라를 쓸지,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지, 비용과 속도를 어떻게 트레이드오프할지에는 정답이 없다. 결국 사업적 판단과 기술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전통적인 주니어 개발자의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뉴비를 반기지 않는 시대

두 달쯤 전, AWS CEO Matt Garman은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

“주니어 개발자를 AI로 대체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의 논리는 합리적이다.

  • 주니어가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주니어 몸값을 고려하면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 주니어 → 시니어로 이어지는 인재 파이프라인이 끊기면 조직은 붕괴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맞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현실의 채용 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컴공을 졸업한 내 친구는 취업 준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왜 회사들은 경력 있는 사람만 뽑으려고 하지?
신입을 가르쳐서 키울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실제로 국내 IT 업계에서는 주니어 채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신입을 뽑더라도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회사는 자선사업이 아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구조는 냉정하다.

주니어를 뽑는 순간 당장 얻는 것은 거의 없다.

  • 교육 비용과 시간
  • 시니어의 멘토링·리뷰 리소스 소모
  • 힘들게 키워놓으면 이직해버릴 리스크

특히 IT 업계는 이직이 매우 잦다.
2025년 통계 기준 추정치로,
스타트업과 중견 IT기업의 이직률은 20%
대기업 IT 부서의 이직률은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주니어를 장기 투자로 키우는 전략은 수십 명 단위로 채용하고 일부 잔존을 기대할 수 있는 체력 있는 대기업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기업은 더더욱 미래 투자보다 지금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이건 회사가 악해서도, 취준생들의 실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구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Valley of Regret의 역설

신입을 뽑아 가르치는 동안 리턴이 나오지 않는 기간을 Valley of Regret라고 부른다.

AI 덕분에 이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AI를 잘 쓰는 신입이라면 실제로 더 빨리 전력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Valley of Regret이 짧아진다는 것은, 주니어가 더 빨리 배워서 회사에 애착을 갖기 전에 더 빨리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역설적으로, 회사는 더 빨리 효율을 낼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하며
주니어가 배우기만 하고 나가는 것을 더더욱 경계하게 될 것이다.


차가운 계약, 각자도생의 시대

회사는 더 이상 배움의 공간이 되지 못한다.
개인은 회사에서 연봉 이외의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회사는 당장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
개인은 조건 맞는 계약을 찾는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서로 빼먹을 것만 빼먹는 차가운 계약관계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은 의미를 잃는다.

경력을 쌓고 실력을 증명하고 Valley of Regret을 넘기까지의 비용은
온전히 개개인이 감당해야할 몫이 되어버린다.

이 흐름은 당분간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뽑아주길 기다리는 사람 vs 만들어내는 사람

그래서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회사가 나를 키워주길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과거처럼:

취업 → 주니어 → 시니어

로 이어지는 커리어 사다리는 약해지고 있다.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쌓고 실력을 길러야 하는데, 자신의 일을 만들어서 하는 방법만 남고 있다.

  • 기회가 있을 법한 시장을 찾아 프로덕트 만들기
  • 실제 사용자가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운영
  • 외주나 프리랜서로 시장 경험 쌓기
  •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기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배우는 관점이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생산자가 되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공부로 준비한 후 누군가 뽑아주길 기다리는 대신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며 배운다.
1인 개발자, 작은 서비스의 운영자, 사이드 프로젝트의 책임자.


개발자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자라는 직함만으로 안전한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 살아남는 개발자는
AI를 능숙하게 다루고
기술·기획·비즈니스를 함께 보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처럼

“회사 들어가서 차근차근 배우면 되겠지”

라는 기대만으로는 점점 버티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개발자로 살고 싶다면:

  • 생산자가 될 각오
  • 시장을 직접 마주할 각오
  • 계속 확장하고 학습할 각오

가 필요하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학습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정체화하라. 만들면서 배워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개발자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