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그

1인 개발자를 지향하는 이유

ddony8128 2026. 2. 15. 21:50

"요즘 뭘 하고 있냐"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대답하기 마땅치 않다.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있어"
회사를 다니다 그만뒀고, 아직 대학은 졸업 못 한 채 휴학 중이다.
나름 신념과 비전을 가지고 여러 가지 기획하고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험 단계다.

“1인 개발자 지향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이런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나오다

컴퓨터공학부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스타트업에 처음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7개월 만에 퇴사했다.

첫 회사를 반년 만에 그만두고 나오는 것이 사회 부적응자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퇴사를 선택했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졸업까지 단 한 학기. 부담 없이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격상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요즘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AI를 활용해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해보고자 하는 것들 중 당장 커리어에 도움이 되거나, 합리적으로 돈을 버는 일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 전에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 내 커리어에 위협을 느꼈다.

'스타트업이 잘 되면 구성원들도 모두 잘 될 것이다'라는 말에 동조해 우리 회사가 잘 될 수 있는 방향성을 고민해왔다. 어떤 일을 누가 맡아야 효율적일지 판단하는 데에 많은 역할을 했다.
정신차려보니 비핵심 개발, 리서치, 프롬프팅, 고객 관리 등등 '잡일'들을 맡게 되었다. 개발 역량이 다른 분들보다 부족하기에 그런 일들을 맡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퇴사 즈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나는 앞으로 PM의 역할을 키워나가야 하는가? 개발자의 역할을 키워나가야 하는가?
이 회사에 남아 있으면 전문성을 키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멘토 역할을 해줄 시니어 개발자도 부족하다'
뾰족한 대안이 없더라도 일단 두 손 가득한 '의무'들을 내려놓고 커리어를 설계해나가는 기간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졸업 전까지 하고 싶은 것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의 교집합이 1인 개발이라고 생각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양산 시대

한 사람이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웬만한 지식은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몇 분 만에 얻을 수 있고, MIT 강의나 세계적 대가의 강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훌륭한 교통 인프라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도 쉽게 닿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그곳의 사람과 손을 잡고 동업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속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속도는 AI가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과거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급 천재여야 했다.
그는 화가이자 발명가였고, 해부학자이자 건축가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타고난 천재가 아니어도 된다.
기술과 네트워크, 도구와 환경이 개인을 다 빈치로 만들어준다.

나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 싶다. 개인이 다양한 영역에서 도전을 하고,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단

  • 기획도 직접 해보고
  • 수익화도 고민해보고
  • 게임도 만들고 웹도 만들고
  • 혼자 풀스택으로 개발하고
  • 행사도 운영해보고

이렇게 다양하게 부딪혀 보는 쪽을 택했다.

 


 

혼돈의 시기,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

요즘 개발 시장을 보면 한 가지 흐름은 매우 명확하다.
단순한 코드 작성은 AI에게 맡기는 것이 빠르다.
주니어 개발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어떻게 AI를 잘 활용해야 하는 지 고민하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히 미래를 점점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직장이 안정적일지, 개발자라는 직업이 남아있긴 할지.
특정 기술 스택, 특정 개발 직군에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역량의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혼자서 A부터 Z까지 해내서 수입을 만들어낼 줄 아는 1인 개발자의 모습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것보다 부분부분 어설플 수 있지만
한 번쯤은 A부터 Z까지 혼자서 해내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창업 1년차의 스타트업이었다.
그곳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느꼈다.

남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도 고객들이 그것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제품이 있어도

  • 고객이 없으면 의미 없고
  • 홍보가 없으면 존재도 모르고
  • 시스템이 없으면 유지도 어렵다

이 어려운 일을 누군가는 해내야 좋은 회사가 만들어지고, 직원들이 생계를 유지하며, 경제가 돌아간다.

누군가는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꿈을 꿔야 한다.
허허벌판에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창업을 하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1인 개발자의 업이 잘 굴러가면 스타트업으로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스타트업을 꿈꾼다.

 


 

실험의 시기

이런 이유들로 1인 개발자를 지향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1. 다양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
2.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고 피드백하는 실행 사이클을 빠르게 돌린다.
3.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A부터 Z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진행한다.
4. AI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덮어놓고 1-2년을 여기에 투자하기에는 돈도 없고 리스크도 너무 커서 명확히 기준을 정해두었다.
2026년 8월, 졸업 시점까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취업을 택한다.
데드라인을 분명히 두고 그 전까지 1인 개발의 생존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한다.